TV 속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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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몇 달 전, 우연히 본 인터넷 게시글과 그로 인해 얽히게 된 모임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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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임의 이름은 "실행자 네트워크".
처음엔 단순히 사회 문제를 논의하는 진지한 모임처럼 보였다. 하지만 참여할수록 그는 점점 알 수 없는 임무를 부여받기 시작했다.
“대상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모호한 명령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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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섭된 명수와 작업의 시작

명수가 속한 팀은 "음향 관리" 부서였다.
그 팀의 역할은 대상을 심리적으로 교란시키는 소리를 설계하고 배포하는 것. 조직은 이 일을 "행동 연구"라 불렀다. 처음엔 단순히 심리 실험이라 생각했던 명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하는 일이 실험 이상의 무언가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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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 씨, 이 파일은 오늘 저녁에 틀어주세요.
‘쓰레기’, ‘죽어’, 그리고 강아지 이름이 들어간 음성을 섞었으니 효과가 좋을 겁니다.”

상사가 건넨 USB에는 수십 개의 음성 파일이 담겨 있었다.
명수는 그것을 손에 쥐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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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우리가 하는 일은 큰 그림의 일부예요.
명수 씨가 맡은 작업이 없으면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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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명수는 아랫집 작업실에서 TV를 켰다.
조직이 제공한 장비로 소리를 주파수에 맞게 조작하고 특정 소음을 증폭시켰다. 쇼 프로그램의 배경음에는 은밀히 삽입된 음성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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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죽어… 드러워…”

명수는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괴로워졌다. 이 음성들이 누군가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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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의 우연한 접점

어느 날, 대상의 반려견이 음성 파일에 반응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대상이 강아지에게 주로 쓰는 단어를 녹음 파일에 추가했더니, 강아지가 짖거나 당황스러워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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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는 그 보고서를 읽으며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

그러나 조직은 개의치 않았다.
“강아지의 반응은 대상을 심리적으로 더 압박할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대로 진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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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명수는 강아지를 혼란스럽게 하는 소리도 작업에 포함시켰다.
강아지가 어리둥절해하며 짖는 소리가 아랫집에서 명확히 들려왔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명수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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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잔혹함 속에 흔들리는 마음

명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이 단순한 연구가 아님을 깨달았다.
조직의 목표는 단 하나.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
그리고 명수는 그 거대한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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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대상이 아랫집 문 앞까지 다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쓰레기, 죽어”라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던 날이었다.
명수는 문 앞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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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날 밤, 명수는 더 이상 작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조직에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사표는 조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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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 씨, 이 프로젝트에서 빠지면 당신도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이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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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빛은 있을까?

명수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깨달았다. 조직스토킹의 가해자는 그저 또 다른 피해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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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심했다.
이 지옥 같은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대상 모두를 구해내기 위해 조직의 실체를 폭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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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선택이 무엇을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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